– 10월의 지정도서로 만난 Ask more.
: 이 책은 총 11가지 질문의 유형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와 더불어 어떻게 질문해야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에 관하여 소개한다.
질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한국인의 종특(?) 덕분인걸까, 저자가 말해주는 여러가지 질문의 유형들 중 평소에 볼 수 없던 질문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보통 날의 내가 가장 하기 힘들었던 ‘대립형 질문’이 제일 큰 충격이었다.
– 생각보다 쉽지 않은 ‘대립형 질문’
: 저자의 말을 빌려 설명하자면, 대립형 질문이란 저돌적으로 말을 끊거나 질문을 반복해서 상대가 쉽사리 화제를 바꾸거나 질문을 피하거나 시간을 끌지 못하게 해야 하는 질문이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질문이 쉽게 나올 수 없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알게 모르게 적용되는 사회규범 때문에 자칫 무례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과 언쟁을 벌여서라도 알아야 하는 것을 물을 때, 우리는 반드시 이 질문법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나 힘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 더욱 그렇다. 이 책에 언급된 호르헤 라모스 역시 ‘제겐 사명감이 있어요. 우리에게 맡겨진 가장 큰 사회적 책무는 권력자들에게 맞서는 겁니다. 그래야 국가와 세계에 권력의 균형이 잡히니까요.’ 라고 말하며 언제나 그 사람과 다시는 대화할 수 없을 정도의 포부로 인터뷰에 임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공격하는 어른들의 ‘꼰대’언어들에 휘말려 정작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놓치고 있던 건 아닌지. 예를 들자면 이런 일이 있었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대학입시를 위해 논술학원에 다녔다. 한 단어의 뜻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며 질문했을 때, 도덕심이 부족한 교사로 유명하셨던 선생님이 나에게 한 마디 날리셨다. ‘아니 그것도 모르면 대학을 어떻게 가려고 그래? 그 정도 실력이면서 상급반은 어떻게 들어왔어? 공장에서 미싱이나 돌릴거야? 대학가서 미팅할 생각을 해야지!’
다채롭게 모두를 돌려까는 발언에 화가 났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한 단어의 뜻일 뿐인데, 왜 공개적인 자리에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저런 발언을 하셨던 걸까. 더욱 화가 났던 점은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방금 하신 발언 중에는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시는 분들 전부를 비하하시는 표현이 있는데 인정하시나요?’ 라는 중요한 질문(선생님을 교단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 있는)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당신은 용납될 수 없는 언행을 했으니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라는 주장을 반드시 펼쳐야 했다. 하지만 도를 지나친 발언에 얼어버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몰랐던 단어의 뜻도 끝까지 질문하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냈다.
그날은 참 화나고 우울한 날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별 것 없는 해프닝인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나에게 도를 지나친 발언을 한 것은 그 선생님이 처음이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대처를 못한거라고 위안 삼아본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이 책을 읽었다면 상황은 역전되지 않았을까.
– 인상깊은 문구
: ‘이건 예술이고, 심리전이고, 두뇌 싸움이고, 커뮤니케이션이고, 공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