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포스트코로나의 원년이다. 그리고 2021년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ESG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는 논문이 나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침 최근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경제에 관심이 커졌던 찰나였기에 ESG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 발견한 책이 바로 빌 게이츠의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다.
빌 게이츠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사업가이자 투자자다. 그런 그가 기후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니 그 자체로도 이미 매우 흥미로웠다.
책을 읽기 전에도 그가 엄청난 사람이었음은 진작 알았다. 하지만 게이츠가 이렇게까지나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필드에서 이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게이츠가 논리적 사고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 서평에는 제가 그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매료되었던 부분들을 같이 흝어보고자 한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그는 전형적인 문제 해결형 인간이었다.
게이츠는 기후 문제라는 통합적이고 복합적인 범지구적 문제를 마주했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며 겁먹고 포기할 만한 규모의 문제에 오히려 게이츠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매우 치열하게 고민했음이 책을 통해 묻어나온다.
이는 분명 그가 낙관주의자이며 기술을 신봉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 게이츠 본인도 자신이 문제에 주눅 들지 않고 희망을 품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한다.
나는 또한 기술 찬양론자다. 내 앞에 놓인 문제를 보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을 것이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기술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사업의 본질은 다른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사업 게임에서 최고 포식자로 위치한 게이츠가 가진 강점이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점은 어찌 보면 당연했을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렇게나 거대한 문제에서만큼 사람들은 우회로를 찾기 십상이다.
하지만 게이츠는 다르다. 문제를 우회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점을 책 중간중간에 거듭 강조한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든 생활 방식이나 진보를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이 분명 전 인류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게이츠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을 통째로 부정하고 바꾸기보다 기술의 혁신을 통해 이를 이겨내려고 한다. 문제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마주해 해결하려는 정신이 있는 것이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내가 전기, 제조, 그리고 농업을 설명할 때 했던 말을 다시 하자면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제품이 이동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비건들은 또 다른 해결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기보다는 가축 사육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성 있는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분명 우리가 모두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에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뤄야 할 방식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
기후변화, 결국 경제 문제
이제 다시 기후변화 문제로 돌아와 보자.
현재 우리는 제로 탄소 사회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비교한 문장은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다시 말해 21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는 코로나19만큼 치명적일 것이며, 2100년이 되면 다섯 배나 더 큰 사망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당장 이른 시일 내로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늦는다.
빌 게이츠는 책을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적 혁신, 정책적 혁신, 그리고 시장의 활성화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기 위해서 우리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정치학, 경제학, 공학 등 많은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 중에서도 경제적 관점에 주목하고 싶었다. 단순히 내가 경제학도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 경제학적 사고의 틀이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우리 인류를 “합리성을 가진 집단”으로 가정한다.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그런 사람이다.
현실은 물론 이와 매우 동떨어져 있다. 우리 인간은 모두 실수를 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한다. 그렇기에 학부 시절 나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을 매우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제한적 정보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경제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중국을 비롯해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발도상국이 석탄발전소를 선택한다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들에게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악하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벨 때 얻는 것이 나무를 보호할 때 얻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삼림 벌채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게 이득이 돼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가 일부러 환경을 파괴하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명한 정책과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그들이 환경에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전기차이다. 전기차는 이미 기술의 발전을 많이 이룬 상태여서 곧 제로 탄소를 달성할 수 있다. 그린 프리미엄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정책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와 캘리포니아와 같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전기차를 사용하는 데에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한다.
이렇듯 경제적 요건이 적절하게 배치된다면 앞으로 제로 탄소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더욱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 파트여서 였을까.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투자와 내 전문성 살리기다.
먼저 적절한 투자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투자 초보자, 즉 주린이다. 그렇기에 돈을 당장 버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좋은 점은 투자 고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겸손함이 생긴다는 점이다. 최근에 워런 버핏, 하워드 막스, 존 리 등 다양한 투자 고수 강연과 책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습득하니 매우 중요한 투자 철학을 가질 수 있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는 행위를 함으로써 나는 주주가 된다는 철칙이다. 즉, 나는 동업하고 싶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니 내가 투자자로서 환경 보호에 참여할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매우 작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 나 하나 투자해서는 회사 직원의 간식값조차 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더 많은 자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또 나는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 이를 통해서 나도 언젠가는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러한 범지구적 문제는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규제 변화다. 규제는 일반적으로 기술의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빌 게이츠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동기를 바꾸어 원하는 바(안정적이고 안전한)를 모두 충족하고 원하지 않은 바(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모두 제거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법과 규제는 지나치게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학부 시절 경제학을 배웠고, 지금은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법률 또한 공부하고 싶다. 규제를 공부 안 할 수가 없는 커리어란 말이다.
실제로 애초에 정치와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규제를 어떻게 하면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며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문송하지만서도 이렇게나마 언젠가는 내 능력을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 결과 결론은 한 가지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자. 좋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나 좋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나 어찌 되었건 공부가 선제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나이 27에도 계속해서 공부를 외치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런 공부가 싫지만은 않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서 이런 문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