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을 읽기 이전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조직에 소속된 샐러리맨으로 살기보다 혼자서 1인 경영을 해나가는 사람이 쓴 1인 경영을 위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그 책에서 저자는 반복적으로 말한다. “고도성장기는 끝났고 앞으로 개인은 월급의 노예가 되어 조직에 속하는 대신 개인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소한의 수준으로만 매출을 올리면서도 살아갈 수 있다. 더이상 성장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성장해야 한다고 보고, 듣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월급을 받고 살아간다. 그런 교육을 받았고, 그런 수순을 밟았다. 보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라 반박할 의지를 가져본 적 없었다. 성장은 필수고, 소속을 떨쳐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얽매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책 <자유론>을 접했다. ‘아, 자유구나.’ 기본적인 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선에서라면, 개인은 개별성을 발휘하여 살아갈 자유가 있다. 이 대목에서 개별성의 발휘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와 결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 속해있을 때, 가장 자유롭지 못한 요소가 다름 아닌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사무실에 박혀서 시간을 채워야 한다. 그 시간이 개인의 개별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시간이라면 괜찮지만 주로 회사에서의 시간이란 ‘고객의 요청을 맞추는 시간’, ‘상사의 요구에 맞추는 시간’으로 귀결된다. 그 시간동안 개별성은 ‘오늘 점심 메뉴’나 ‘퇴근 후 뭐 먹지’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개별성이라도 제한당하면 인간은 더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느낄 수 없어진다.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주인공은 유일한 낙인 점심식사 시간에 자신이 원한 보쌈을 먹으려다 회사엔 사표까지 쓴다. 백수가 되었지만 이제서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간다며 백수 라이프를 즐긴다. 경제적으로 쪼달리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진 않는다. 그런 한편 웹툰 작가라는 본인의 길을 걷는다. 밤에 일하고 아침엔 늦게 일어난다.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유용한다.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자유론>을 완벽히 다 읽어내진 못했지만 개별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조직’에 꼭 헌신할 필요는 없음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이 되었든 ‘혼자 시작’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겠다. 그것이 자유를 위한 한걸음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