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스터리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을 탐구하는 그 몽글몽글한 기분이란 끊기 어려운 어떠한 쾌감을 주어 나무위키의 미스터리 문서를 읽을 때도 많았다. 다만 그러한 이야기를 읽는 것을 벗어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법학을 공부하면서다.
법학은 어찌 보면 정말 형이상학적이지만 현재 한국의 법학 공부는 판례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매우 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학문을 공부하다 보니 미스터리와 같이 뜬구름잡는 소리는 어느새 멀리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아우라는 다시 예전 그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스토리가 뭔지, 뭘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목처럼 기묘한 이야기였다.
아우라란 무엇인가
아우라라는 의미는 우리말샘 사전에 따르면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 또는 독특한 품위나 품격”이라고 한다. 보통 아우라는 보이지 않는 것이고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형체가 없이 그저 어떤 느낌, 조짐 등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우라라 할 것이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아우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우라가 무엇인지, 아우라가 누구인지 갈수록 알 수 없게 되어간다. 그야말로 아우라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 집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분위기, 느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우라에 넘어간 주인공은 마녀의 꾀임에 넘어간 헨젤과 그레텔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차이라면 펠리페는 결국 그 꾀임에 넘어가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초록색 집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콘수엘라와 그녀의 집은 주변 건물로 햇빛이 잘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막혀있고, 불도 잘 켜지 않는 어두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거기에 더해 초록색에 대한 묘사가 반복되는데 거기서 나는 왠지 모르게 모든 공간이 이끼로 가득찬 집을 떠올렸다.
초록색에 대한 비유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습한 그 모습을 상상하자 왠지 모르게 불쾌한 기분이 들었고, 아우라라는 책이 이해는 둘째치더라도 그냥 읽는게 꺼려지는 정도에 이르렀다.
남미 문학의 거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런 책을 썻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짧은 이야기에 확 몰입을 했었다는 거다.
실제로 책을 읽는데는 1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고, 그 불쾌함에 지배당하긴 했으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몰입이 잘되어 내가 펠리페가 되고 마지막엔 요렌테가 되는 그러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 같다
기묘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이 책을 2번 읽는 날이 올까? 아마도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도 까먹는 순간이 온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나, 기억이 있는 동안에는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다만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 읽어보고 싶다고 한다면 한번은 읽어보라고 추천은 반드시 할 것 같다.